먼저 앉아 계산하고 헤아리라
본문 말씀: 누가복음 14장 25-33절
1980년대 LG 광고 문구 중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었다. 찰나의 판단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경고였다. 사실 우리의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 일은 시작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계산하면서, 신앙은 너무 쉽게 시작할 때가 많다. “교회 다니다 보면 되겠지”, “마음만 뜨거우면 되겠지”라는 착각 속에서 말이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수많은 무리를 향해 돌이켜 말씀하신다. “먼저 앉아 계산하라. 먼저 앉아 헤아리라.” 이 말씀은 불신자에게가 아니라, 이미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신 경고다. 중요한 것은 ‘따라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따라왔는가’이다. 병 고치려는 사람도 있었고, 떡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었고, 기적을 보려는 사람도 있었으며, 예수님이 왕이 될 것 같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도의 길이 감동이나 팬심, 군중심리로 갈 길이 아니라고 선포하신다. 제자도는 인생 전체를 거는 선택이다.
예수님은 첫 번째 비유로 망대를 세우는 사람을 말씀하신다. 건축에는 비용이 든다. 자재가 필요하고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며 끝까지 완공할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계산 없이 시작하면 기초만 쌓아놓고 중단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폐허가 되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다. “이 사람이 공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결단은 했지만 지속하지 못하고, 뜨거움은 잠깐인데 믿음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개인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종교 지도자가 타락하고, 신앙인이 넘어질 때 세상은 단지 비판하지 않는다. 조롱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룩을 말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말과 삶이 다른 순간 복음은 공격받고 교회는 멸시받는다. 이것이 예수님이 “먼저 앉아 계산하라”고 하신 이유다. 거룩의 길에는 비용이 있고, 헌신의 길에는 희생이 있으며, 십자가의 길에는 대가가 있다.
예수님은 두 번째 비유로 전쟁을 준비하는 임금을 말씀하신다. 임금은 전쟁을 결심하기 전에 계산한다. “내가 일만인데, 적이 이만이라면 이길 수 있는가?” 이길 수 없다면 화친을 구한다. 예수님이 이 비유를 드신 것은 신앙의 길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죄성과 싸우고 세상의 가치관과 싸우며 마귀의 시험과 싸우고 자존심과 욕망과 싸운다. 계산 없이 전쟁터에 나가면 백전백패다. 신앙은 감정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각오와 결단으로 지속하는 것이다.
구원의 은혜는 값없이 받지만, 주님을 따르는 길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비용이 있다. 자기 부인, 자기 십자가, 그리고 모든 소유를 내려놓는 결단이다. 세상 계산은 당장의 이익을 따지지만, 천국의 계산은 영원한 가치를 선택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 앞에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는 예수 믿는 비용을 정말 계산해 보았는가?
나는 기초만 쌓는 신앙인가, 끝까지 완공하는 신앙인가?
주님을 따르는 길을 전심으로 헤아리고 선택했는가?
예수님의 말씀은 분명하다. “먼저 앉아 계산하고 헤아리라.”
제자도는 쉽게 시작하는 길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길이다.

